어느 하루 구름극장에서


내가 좋아하는 여성 작가 중 한 명이다. 바로 김선우 시인

시집과 작가의 이야 또는 해설을 엮어 놓은 책이다.

"추억이란 갈수록 가벼워지는 것. 잊고 있다가 문득 가슴 저려지는 것이다."

그리고 제목에서 끌리기도 했다.

"피해라는 이름의 해피"
앞뒤가 바뀐 것일 뿐인데 긍정과 부정을 오가는 단어...

"언제는 특이하게 시 쓴다고 달라붙더니 이제 와선 시 쓴다고 트집 잡는 당신."
이 구절은 시인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인 것 같다. 사랑이 끝나갈 때 하는 말...
좋을 땐 나쁜 것도 좋아보이지만, 싫어질 땐 좋은 것도 나쁘게 보이는 신기한 마법같은 일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눈물 머금은 신이 우리를 바라보신다
이진명

김노인은 64세. 중풍으로 누워 수년째 산소호흡기로 연명한다
아내 박씨 62세. 방 하나 얻어 수년째 남편 병수발한다
문밖에 배달 우유가 쌓인 걸 이상히 여긴 이웃이 방문을 열어본다
아내 박씨는 밥숟가락을 입에 문 채 죽어 있고,
김노인은 눈물을 머금은 채 아내 쪽을 바라보고 있다
구급차가 와서 두 노인을 실어간다
음식물에 기도가 막혀 질식사하는 광경을 목격하면서도
거동 못해 아내를 구하지 못한,
김노인은 병원으로 실려가는 도중 숨을 거둔다

아침신문이 턱하니 식탁에 뱉어버리고 싶은
지독한 죽음의 참상을 차렸다
나는 꼼짝없이 앉아 꾸역꾸역 그걸 씹어야 했다
씹다가 군소리도 싫어
썩어문드러질 숟가락 던지고 대단스러울 내일의
천국 내일의 어느날인가로 알아서 끌려갔다

알아서 끌려가
병자의 무거운 몸을 이리저리 들어 추슬러놓고
늦은 밥술을 떴다 밥술을 뜨다 기도가 막히고
밥숟가락이 입에 물린 채 죽어가는데
그런 나를 눈물 머금고 바라만 보는 그 누가
거동 못하는 그 누가

아, 눈물 머금은 신이 나를, 우리를 바라보신다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조차 사라진 이 벌거벗겨진 황량한 도시에서 극빈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이렇게 날마다 사라져갑니다. 살아보려고 애쓰다 결국은 비참하게 죽어가는 사람들. 시인은 그들을 기억하고 곡비처럼 웁니다....... 혹여 너무 참혹해진 이웃은 없는지 주위를 한번씩 돌아보았으면 싶습니다."

가장 가슴아픈 시이다. 한 나라에서 잘 사라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의 차이는 너무나 크다는 걸 새삼 느낀다. 김노인은 자신이 꼼짝도 못한다는 걸 알면서 부인을 보고 있는 그때의 마음은 어땠을까... 나도 기부단체에 후원을 하다가 후원한 돈이 제대로 쓰이지 않고 있다는 뉴스를 본 후에 후원을 중단했다. 그 후 몇 년이 흘렀다. 꼭 후원업체를 통하지 않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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